-
너무나 믿기지가 않아 아직도
왜그렇게 갑자기 가버렸을까 언니랑 작년에 똑같이 건강한 모습으로 보자고 약속했는데..
할말이 너무 많은데 뭐라고 해야할지 모르겠어
너를 처음만났던 날이 기억나
손바닥만한 너를 들고 눈을 마주쳤을때
너를 데려가야겠다는 확신을 했어
하루 24시간을 꼬박 너만 보고있어도 즐겁고 행복했던 그날이 아직도 생생해
너가 자라나면서, 옆에 있는게 당연해지고
큰 소리나 자극에 예민한 너 때문에 조심해야할 일도 많이 생겼어. 내가 조금만 흥분하는 모습을 보이면 너가 겁을 먹어서.. 아주 조심한다고 했는데 이 모든것들이 네 작은 심장에는 무리가 갔나보다.
아주 아기일때부터 콩닥콩닥 커다랗게 뛰는 심장소리에
이렇게까지 심장이 뛰어도 되나? 하고 생각했던적이 여러번 있었는데.. 결국 그 조그마한 심장에 문제가 생겼다는 말을 들었을땐 정말 너무너무 무서웠어
너를 잃을까 전전긍긍하다가도 발병 뒤에 10년을 더 살았다는 강아지들을 보면서 또 어쩌면 모든것들이 당연해졌는지 몰라
그래서 너를 두고 그렇게 내가 멀리 떠날 수 있었나보다
당연히 계속 니가 내 옆에 있을 줄 알았으니까.
1년만 있다 갈거라는 약속이 2년, 3년이 되면서도 나는 그게 너와 있을 시간을 깎아먹고 있는줄도 몰랐어
나만할수있고 나만 신경썼던 부분들이 소홀해질걸 알면서도 그렇게 떠났어 누군가 내 삶이 니 삶보다 길다고 얘기했거든.. 그래서 그랬는데
니가 가고나서 방안에서 생각했어 이게 그렇게 가치가 있는일인가? 내가 사랑하는 너를 내팽겨쳐두고 지낼만큼 행복했나? 스스로 드는 혐오감과 수치심에 손이 벌벌 떨리더라
너는 나만 사랑해줬는데 왜 난 그러지 못했을까
온전히 사랑을 주지도 못할 이기적인 사람 하나가 너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지우지못할 죄를 지은것같아
너무 가슴이 아프고.. 이걸 견딜 수 있을지 모르겠어
너를 어떻게 보내지???? 정말로 다 거짓말인것같아
차갑게 식은 너를 쓰다듬으며 아무리 마음을 다잡아도..
다 나때문에 이렇게된것만 같아
의사선생님한테서 심장초음파 사진을 2024년에 찍은적 없다는 말을 듣고 너무 충격 받았어
내가 옆에 있었더라면 계속해서 추적 검사를 했을테고..
폐수종이 언젠가는 왔겠지만 좀 더 나중에 오지 않았을까? 이걸 더 늦출수 있었을텐데 분명히 내가 같이 있었더라면… 니가 병원에서 고통받는 그 순간에도 나는 친구들과 공원에 앉아 놀고 있었어
분명 다시 집에 갈 수 있을줄 알았어 메루야 너무 미안해… 너무 미안해 너무너무 미안해서 언니가 대신 죽고싶을 정도로… 너무 미안하고 염치가 없어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징그러울수가 있을까
너를 데려와놓고 책임감도 없이 그렇게 나 하고싶은것만 하고 그랬을까 너는 항상 나를 기다렸는데…….
언니가 많이 보고싶었을까?
나를 기억했을까? 떠나는 순간 너는 무슨 생각을 하고있었을까…..
강아지같은건 키우지 말걸 그랬어 라는 모진 생각이 들다가도 너를 데려온것 자체는 절대 후회하고 싶지 않아
너무너무 사랑했고… 나만 아는 주인이라서 미안했어
너를 두고 한 선택들이기에 더 빛나고 더 대단했으면 했는데 사실 별거 없더라
정말 별거 없더라 너랑 비교하면
그 어떤것도…
근데이제 ..
집에 너무 늦게왔지 언니가 미안해 너무 미안해
빨리온다고 온건데 그마저도 늦어서
너와의 시간이 9시간 밖에 없어
많은 말을 해주고 싶은데
숨이 차서 입밖으로 나오질 않아
좀 더 많이 안아주고 이뻐해줄걸..
산책 더 많이 시켜주고
맛있는것도 더 많이 줄걸
내 스스로가 이렇게 싫었던적이 없다
항상 효율적인 선택을 하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일에는 효율이 쓸모가 없구나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게.. 쓰레기만도 못한거였구나
그래도 앞으로 너 없이도 살아가야겠지?
너를 두고 한 선택에 후회없게 더 그렇게 살아야겠지?
근데 어떡해 난 이제 맛있는걸 먹는 상상만 해도 너한테 미안하고 염치가 없어서 너무 수치스러워
언니도 그냥 데려갔으면 좋겠다
사람이 죽으면 예전에 키우던 반려동물이 데리러 온다는데.. 너무 멀다 메루야
그 긴시간을 살면서 또 너를 기억하기도 하고 잊을때도 있겠지
너를 불에 태우고 예쁜 돌로 만들어 간직해도..
너의 활발한 몸짓 웃음 보드라운 털 간지러운 핥짝거림..
기억하고 살 수 있을까? 진짜 좀만 더 있다가지..
좀만 더 있다가지 진짜로…
너무 보고싶었는데.. 너무 사랑하는데..
지금은 언니가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후회하는 말밖에 못하겠는데
나중에 다시 좋은말 전하려 더 노력해볼게
많이 아프지 않았길 빌어 정말로
우리 겁쟁이 메루
얼마나 무서웠을까
이제 아프지말고
어디든 가서 많이많이 뛰어 놀아
목줄도 리드줄도 없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뛰어놀아
사랑해
많이 많이 사랑해 우리 꼭 다시 만나
언니 꼭 데리러 와야돼
사랑해'메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메루가 꿈에 나왔다 (0) 2025.04.14 너가 없는 첫날 밤 (0) 2025.03.17 우리 강아지 (1) 2023.06.09 2023년 메루 1월 진료 (다솜 동물 메디컬 센터) (1) 2023.01.06 7년전 메루 (1) 2022.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