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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주 웨어하우스 포키잡일하기(feat. sexual harassment)
    워홀리우스 2023. 6. 20. 19:47

    호주에서의 첫 잡.

    안정적인 쉬프트와 시급으로 꽤나 만족하며 다니고 있다.

    무엇보다 한인 친구와 함께 다니고 있기 때문에 더할나위없다고 생각했다.

     

    우리회사는 규모가 꽤 큰편이다.

    얼추 직원 수가 300명정도는 되고

    여자는 정말 극 소수. 아마 나와 내 친구를 포함해서 10명남짓?

    여기 남자들은 모든 단어에 f-word를 섞어 쓰고(심지어 팀미팅때도) bogan 악센트의 날것을 그대로 보여준다.

    처음에는 그저 신기했다 새로운 문화니까

    인스타 릴스에서만 보던 말투들을 실제로 들으니 웃기기만 했다.

    그리고 난 원래 리액션이 꽤 좋은편이라 아저씨들 농담에 깔깔 웃어주니 그들도 나를 편하게 생각했을것이다.

    점점 그들은 본인들의 농담에 나를 끼워넣기 시작했다.

     

    "저기 벽에 구멍하나 뚫어봐라 다들 자기 dick넣고 니가 빨아주길 기대할거다"

    "저기 새로온 쟤 왜 머리 기르는줄 알아? 왜냐면 다른남자 빨아줄때 걔가 쟤 머리를 잡아야하거든"

    "너무 추워서 내 젖꼭지가 섰어 누가 빨아줘야겠어"

     

    등등 더 쓰면 내 손이 썩을것같은.. 저게 내가 매일 직장에서 듣는말이다

    물론 나에게 하는말은 아님 내 앞에서 나 들으란듯이 하긴 한다.

    자기들딴엔 저게 웃기니까! 나를 웃겨주려고!!ㅆㅂ

    쟤가 지금 모라는거야?하고 내 머릿속에있는 번역기를 돌릴때마다 아주 경악의 연속이다

    처음엔 그냥 다 도라이같아서 재밌었는데

    점점 저런 농담을 듣는 날이 많아지고 머릿속에 쌓이면 쌓일수록 괴로워졌다

    저들 스스로  gorgeous, beautiful 등등이라 부르며 희롱하고

    여성기, 남성기에 대한 농담을 하는것이 그냥 인사 정도이다!

     

    지난주에는 우리팀 10대놈이 나한테 물었다

    "아시아인 성기는 진짜 👌이만하다던데 정말이야?"

    심지어 별로 친하지도 않았다. 몇번 장난을 치다보니 자기딴엔 궁금증을 해결하고 싶었겠지

    하지만 난 진짜 걔랑 남자 성기얘기따윈 하고싶지 않았고

    급격히 스트레스가 몰려와 꺼지라고 했지만(여기서 piss off나 fuck off는 아무것도아님)

    잠깐 사라지더니 나중에 와서 다시 물어보는게아닌가

    얘네는 진짜 감수성이라는게 없다..

    그러던중 터질게 터지고야 마는데..

     

    호주답게 우리회사에는 다양한 인종/문화권의 사람들이 근무하고 있다.

    동남아나 인도계 사람들이 시티에 있는 한식당 얘기를 하거나

    우리에게 한국말로 인사하는 등 처음에는 음 한류가 인기가 좋군 하고 기분이 좋았다.

    그중 한 인도인 아저씨는 갑자기 우리에게 급격히 친한척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일주일은 윙크를 해대고

    그 다음주에는 나를 gorgeous라고 부르고

    오늘은 내 팔을 살짝 잡았다. (grab)

    나는 저 아저씨가 나에게 해대는 모든 행동에 혼란스러웠다.

    나는 완전히 다른 문화권에 있고, 그저 인간적인 호감을 가지고 있기에 재미있는 장난을 친다는듯 웃어준게 다였는데

    아 뭐 대부분의 성희롱이 이렇게 시작하겠지만은..

    내 불쾌함보다 어떻게든 그 행동을 객관적으로 이해해보려는 내가 너무 전형적인 피해 여성같아서 좀 어이가없다.

    여튼 나는 또 혼란스러워져서 친한 우리팀 아저씨한테 가서 이 상황을 이야기했고

    그는 분노하며 꼭 상부에 리포트 해야한다고 했다.

    나는 또!! 전형적인 피해자처럼 

    뭐 엉덩이를 만진것도 아니고 팔인데.. 리..리포트까지? 이거 일이 너무 커지는데 하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는 참지않았다.

    정말 나를 위해서였는지 본인이 흥분해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지나가는 우리팀 리더를 붙잡고 바로 상황을 이야기 하기 시작했다.

    사건 당사자인 나를 두고 자기들끼리 이야기하는 모습에 좀 당황스러웠다.

    이거 진짜 내가 원하는 상황인건지그냥 이런일이 일어나서 스트레스 받는건지속이 너무 안좋아지기 시작했다.

    다행히 곧 점심 브레이크여서 침대가 있는 의무실에서 누워 쉬고있었는데 갑자기 눈물이났다.

    머릿속은 굉장히 차분했는데 꽤나 스트레스를 받았나 보다.

    이럴때는 나는 혼자 있는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데(생각이 많아지기때무네..)

    그냥 아무것도 하고싶지 않았다.

    와중에 누가 다쳤는지 의무실에 누군가 들어왔고, 다행히 그사람은 다른팀에 근무하고 있는 여성이었다.

    통성명도 한 사이라 그녀는 울고있는 나를 보며 깜짝 놀라 무슨일이냐 물었고나는

    아씨 또 괜찮아지려고 하는 찰나에!! 누군가 와서 무슨일이냐 그것도 같은 여자가 물으니

    갑자기 눈물이 펑펑 터지며 바보같이 "somebody touched me.."하고 말했다.

    저 말을 내뱉고 나니 갑자기 내가 당한 일을 뇌가 받아들이기 시작했고

    기분이 굉장히 더러워짐과 동시에 화가나고 슬펐다.

    그녀는 나를 달래며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나 대신 내 매니저에게 가서 상황을 대충 설명해 주었고

    매니저는 나와 내 친구를 함께 불러 미팅룸에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나는 요 몇주간 그가 나에게 했던 행동과 우리팀에서 너무 성적인 농담을 많이 듣는다는것까지 이야기하였다.

    매니저는 HR에 보고한다고 하였고 

    나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그쪽 팀 리더와 이야기 하여 상황을 해결해 주겠다고는 했지만

    대체 뭘 어떻게 해준다는말인가?

    게다가 내가 제대로 이해한건지도 모르겠음 나의 짧은 영어실력으로 ㅎ

    여튼 뭐 어케 해주겠다니까 당시에는 네네 고맙습니다.. 하고 그냥 나왔는데

    맨날 실실 웃던 내가 표정이 안좋으니 팀원들이 무슨이야기인지 물어보기 시작했고

    난 아직도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는데

    우리팀에서 제일 제정신 아닌 두사람에게 성희롱 이야기를 하고 말았고

    성감수성이 제로이다 못해 땅밑을 파고들어가는 그들은 그게 무슨 익사이팅한 일이라도 된듯

    가십거리로 소비하기 시작했다.

    나는 그 인도인 아저씨가 날 만진것보다 우리팀원이 한 행동에 더 상처받았다.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공복인것도 잊은채 일했고

    내일부터는 그들과 말을 섞지 않을것이다..ㅆㅂ놈들 개빡치네

     

    사실 나는 아직도 [뭐 엉덩이를 만진것도 아니고 팔인데.. 리..리포트까지?]라는 생각에 사로잡혀있다.

    인도인 아저씨가 내게 한 행동은 분명 성희롱이지만,. 그와의 관계가 어색해지거나, 그를 직장에서 또 보아야한다는것 등등 다른 문제들이 나를 괴롭히고있다.

    그냥 조용히 불러서 둘이 해결할걸 왜 난 일을 이렇게 크게 만들었지 

    라는 생각이 아직도 든다.

    바보..와따시는 바보얏,..!!

    이런일이 처음은 아니다

    한국의 전 직장에서도 성희롱을 당한적이 있는데

    그는 내게 농담으로 "CCTV로 매일 너가 어딨는지 지켜보고 있어~" 라던가

    보안에 필요한 일이라며 나에게 무언가 시키고 그 사진을 찍곤 했다.

    텍스트로 말하니까 진짜 징그럽네

    여튼 그 가해자는 무려 짤렸다.

    이전의 나의 경험이 일반적이지 않다는건 안다.

    우리 회사는 외국계 대기업이었고 여성과 남성 비율이 6:4로 여성의 일할권리와 복지를 굉장히 중요시 여기던 회사고

    대부분의 매니저들도 여성으로 이루어져있어서 가능했던듯..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아씨 그립네 우리(전)회사....

     

    호주에 오기 전에 정보 수집할때 웨어하우스나 마이닝 유틸리티잡에 일하는 몇 여성들의 고충에 대해 본적이 있다.

    당시 친구들과는 누가 우리를 성희롱/추행 하겠어? 하하 하고 넘겼지만

    그때는 몰랐지 당해보지 않으면 모른다.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든 혹은 그 어떠한 의도도 가지지 않았든간에,

    그들의 대화는 내게 성희롱이다.

    어떤 팀원은 내 상황을 듣더니 Welcome to Australia warehouse 라고도 했다

    말이냐 방구냐 씨발 어느 공장을 가도 이렇단말인가..

    내 워홀 이대로 괜찮은가 싶기도 하다

    여기서의 일을 끝마치면 비자 연장을 위해 또 다른지역의 농,공장에서 일을 해야한다..

    나 버틸 수 있겠지

    다음 2주급날 6/29.. 버텨 버티는거야~!!!!!!!!!!!!!!!!!!!!!!!!!!!!!!!!!!!!!!!!!!

    나자신 화이팅

    호주 웨어하우스에서 일하는 모든 여성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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