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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당탕탕 브리즈번 포크리프트 자격증 취득 후기워홀리우스 2023. 4. 18. 16:39
잡을 구하기 전.
나는 세컨을 일단 무줙건 딸거라 공농장 구직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S가 걍 공농장 갈거 보다 고소득을 노릴 수 있는 포크리프트 자격증을 따보는게 어떻냐고 함
지게차..? 뭐.. 그럴까..? 모 방송에서 지게차 워홀러가 월 천이상 버는게 나온 뒤로
한국 워홀러들 사이에서 지게차 자격증 따는게 갑작스레 유행이되어버려 정보는 많이 얻을 수 있었다.
나는 지게차에 대해 별 생각도 없었기 때문에 그냥 S가 가자는 학원으로 끌려갔다.
당시 머물던 숙소에서 거의 두시간 거리였기 때문에 수업 시작 시간인 8시 까지 학원에 도착하기 위해
오전 5시에 일어나 6시에 출발하는 미친기행을 벌였다.
도대체 왜 이학원인거야 이렇게 먼데 라는 질문에 답하자면
선생님이 굉장히 프렌들리하고, 원하는 만큼 연습할 수 있고 또 시험에 관대하다는 이유가 있었다.
뭐 일단 내가 알아본 학원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냥 그렇겟지~ 하고 끌려간 곳은 와르르맨션급의 얼레벌레 자격증 학원이었다.
자격증 과정은 2일, 3일 과정이 있는데 우리는 3일 과정을 선택했고
첫째날 이론강의
둘째날 이론+실기 연습
셋째날 이론+실기 시험
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날은 정말이지 혼돈 그 자체였다.
우선 수강생은 10명 남짓으로 나와 SM친구 셋을 빼고는 모두 외국인남성(?)이었다.
(저 중 두명은 갑자기 탈주 해서 사라져버림)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이거 괜찮은건가 쌀뻔했다.
내가 만나본 호주인이라고는 그냥 식당가 직원, 혹은 주디(집주인).. 또 주디.. 또 주디 뿐인데
갑작스럽게 내 귀에 꽂혀드는 오지 악센트가 내 뇌를 거의 때리다시피 했고
첫날은 정말 선생님이 하는 말의 30%는 알아들었을까..?
그저 옆자리 M과 공허한 눈빛을 주고받으며 브리즈번강(한강)행을 고민하고 있었다.
우리의 흔들리는 눈빛을 캐치한 선생님 윌리스(*가명)이 아무 걱정 말라며 텔레토비같은 배를 내밀고
호탕하게 웃었지만 우리는 함께 웃을 수 없었다.
집으로 돌아가서.. 오전 5시에 일어나서 왕복 4시간의 여정을 견디기엔 내 몸이 넘나 연약했던듯
저녁먹고 8시 반에 뻗어 버렸다.
그러던중 SM이 좋은 영상을 발견했다며 이거 하나면 우리도 포키천재라고 공유해 주었다.
바로 호주돌맹이님의 포키족집게 영상..!
호돌님 영상은 호주 오기전에도 가끔 봐왔던 영상으로 영어에 자신감이 없어도
호주에서 충분히 벌어먹고 살 수 있다는걸 보여준 용기있는 유튜버이다 (호돌님.. 믿어요..)
다음날 아침 학원으로 가는 기차안에서 영상을 꼼꼼히 보고 자신감만은 포키천재가 될 수 있었다.
포키를 운전하는 M. 드디어 시작된 실기연습.
우선 한번 타서 빙글빙글 돌고 팔레트를 옮기는 연습을 해 보았다.
첫번째, 두번째, 세번째로 옮긴 팔레트 점점 나아지고 있다. 실기 연습을 하니 이거 좀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운전을 못하던 사람도 아니고 누구 죽이지만 않으면 되는거 아닌가 ㅎ???
그리고 정말 이 학원 얼레벌레인게 ..이래도 되나 싶은겤ㅋㅋㅋㅋ 다른 외국인들의 여권 사본 종이들이
아무데나 마구마구 굴러다닌다. 내가 이면지 한장 달라했더니 여권 사본 종이를 주질않나
아니 이래도 괜찮은거냐고요!!!
라는 생각도 잠시..
바로 다음날의 이론 시험에 대한 압박감이 우리를 덮쳐오기 시작하는데....
나의 인생 전반적 모토는 '잘 되겠지' 다. 그리고 대체로 진짜 다 잘 된다. (찐임
그래서 이거 안될거같은데... 라고 생각하다가도 사실은 마음 한켠에 그래도 될거같다는 괴상한 근자감을 가지고 있다.
포키 시험도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의 윌리스 선생님께서 묘한 눈빛으로
너네 합격 할 수 있다. 걱정 말라고 말해주었기 때문.
윌리스 당신을 믿어요.
그러나 나의 친구들 SM은 불안감을 이기지 못하고... 헝잭(버거킹)으로 카공을 하러 떠나고 마는데 ㅋㅋㅋㅋ
오지에 카공족 이거 괜찮은거가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한 앉아있기위해 1달러짜리 음료를 시켜서 공부에 들어간 그녀들..
마치 고등학생때로 돌아간듯 여기 답 뭐했냐, 저기 뭐했냐 서로 물어가며 공부를 했다.
그러나 시간이 점점 지나자 똑같은 말을 서로 달리하며 점점 정신이 나가버리고 마는데
나는 내 한계를 알고있다.
이 뇌가리 상태로는 아무것도 집어넣을 수 없는것도 알았기에
11시쯤 윌리스에게 기도를 하며 잠들었다.
대망의 시험날!
시험치기 바로 전, 윌리스가 한시간정도 시간을 내어 시험 질문을 브리핑 해주기 시작했는데 아니 이거..
걍.. 호주돌맹이님 영상 그대론데???? 학원에서 제공해준 학습지 내용은 정말 쬐꼼 나오고
호주돌맹이님 영상에서 알려주는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다.
학습지 위주로 공부를 했던 우리였기에 엉덩이골에 차오르는 식은땀을 닦고 호돌님 영상을 빡공(10분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시험 시간은 빠르게 다가왔고..
윌리스가 핸드폰을 모두 집어넣고 시험지를 돌리기 시작했다.
후...후...
긴장되는 순간
시험지를 빠르게 훑어보니 80퍼센트는 내가 적을 수 있는 문제였다.
그러나 필기시험 합격 커트라인은.. 60문제중에 56문제를 맞춰야하는것...
이쒸발진자 좆된건가 하늘이시어 우릴버린건가요 싶은 그때
윌리스가 일어나서
강의실 밖으로 나가는게 아닌가
사실 윌리스가 막 방을 나섰을 때만 해도, 그냥 화장실에 갔겠거니
그리고 내 시험지 푸느라 정신 없어서 아무 생각도 없었다.
그런데 그가 강의실을 비운 시간이 길어지자..
갑자기 내 옆의 이태리인 마틴이 핸드폰을 꺼내서 컨닝ㅋㅋㅋㅋㅋㅋ을 하는게 아닌가?
나는 너무나 당황했지만 시험 예의를 지키기위해(당연하지 ㅅㅂ) 아무말도 하지않고
옆자리 M에게 쟤 보라고 눈치를 주지도 못했다.
이 치사한 유러피안놈 너만 합격할 생각이냐 하고 분해 하고 있을때쯤
학원의 다른 직원 자손(*가명)이 들어왔고, 같이 시험을 치던 다른 사람에게 할말이 있는듯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자손이 우리를 보며 시험문제에 문제가 있거나 궁금한게 있으면 얘기하라고 해서
나는 순수하게 처음 보는 숙어가 있길래 이게 뭐냐고 물어봤는데
갑자기 문제 답을 알려주는게 아닌가?!?!?!?!
아니적이;;그렇게까지 바라지는 않았는데 아 ㄱㄴ그음어ㅓㅓ고마워..
일단 알려주니 적어버리기 시작했고
그뒤로 이 학원이 왜 우당탕탕얼레벌레와르르 포크리프트학원인지를 깨닫게 되는데
나를 포함한 응시생 여럿이 이 허술한 시스템을 알게 된 뒤로
오픈'북'을 넘어서 오픈'휴먼', 오픈'폰' 스킬을 쓰기 시작했다.
조용히 자기 시험지만 보던 사람들이 하나둘 고개를들고 두리번거리며 너네 몇번에 머라고 적었냐 물어보기 시작하는데
아니이거 진짜 괜찬흥ㄴ거냐고요
그러나 내 마음속 혼돈의 카오스도 잠시..
학원비 400달러를 생각하니.. 이거 붙어야지 지금 상식이 문제냐?!
나도 고개를 처들고 친구들과 너네 이거 머라적엇노 하기 시작했다.
나중엔 욕하던 유러피안놈과 같이 핸드폰을 꺼내들며 답을 적기 시작하는데
순간 강의실에 들어온 윌리스에 놀라 누가봐도 컨닝한 사람처럼 의자에서 뛰어오르기도 했지만
윌리스는.. 아무런 생각이 없어보였다.
이 학원의 마지막 스킬 오픈'티쳐'
그렇다 오픈 북, 폰, 휴먼, 프렌즈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 학원에는 오픈 티쳐 윌리스가 있다.
그는 시험지를 매길때쯤엔 나를 책상 앞으로 불러 바로 앞에서 채점을 하며
내가 적지 못한 문제에는 그냥 이렇게 적으라고 대놓고 알려주기도 하고 나를 합격시켜 주었다.
합격이요..? 제가
이렇게요??
걍 이렇게요..?
마치 환경을 위해 미역을 먹는 한국인처럼 나는 합격하고 말았다.
Q.실기시험은요?
A.됐다더라 그냥 내 잘한다더라 합격했다더라.
걍 레전드 이게 바로 오지문화...?(아님)
어찌됐든 우리는 LF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다.
과정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내 손에 포키 자격증이 있다는게 중요한거지ㅎ
윌리스는 포키 연습이 필요하면 언제든 학원을 방문하라며 수고했다고 해주었다.
아니 윌리스 당신이 더 수고했어요 사랑해요..
뉴질랜드에서 온 델빈, 컨닝쟁이 마틴, 트롤같은 피터, 내 웃음벨 게리 등등..
3일간 같이 공부하느라 정든 사람들을 뒤로하고 우리는 학원을 영광스레 나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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